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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늬 “ ‘왜 당연할까’ 반문하는 게 역적, 사회가 좀더 건강해질 것”(인터뷰) 박양수 기자
박양수 기자 2017-06-01 18:13:39

MBC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 속 장녹수는 악역이었지만 결코 미워할 수만은 없는 인물로 그려졌다. 기생에게서 태어난 장녹수는 천대받으며 자랐고, 사연있는 삶을 살면서도 예술과 사랑을 잃지 않았던 '예인'이었다. 이런 장녹수의 색다른 면은 배우 이하늬의 탁월한 연기를 통해 되살아났다. 장녹수의 매혹적인 면은 물론 국악을 전공해 장구춤과 타령까지 멋드러지게 살려낸 이하늬를 최근 인터뷰했다.
이하늬
▲ 이하늬
이하늬
▲ 이하늬
이하늬
▲ 이하늬
이하늬
▲ 이하늬
이하늬에게 '역적'은 촬영장까지 특별한 작품이었다. 제작진은 배우가 연기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배려했고, 서로간 밀접한 소통으로 인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했다.

"드라마 현장 시스템에서 언제 이런 작품을 또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어요. 5~6일에 영화 한 편씩을 찍는 건데, 그런 바쁜 상황에서도 상의를 거치며 녹수를 부각시킬 수 있는 장면을 만들어주셨죠. 또 대본은 얼마나 멋진지, 황송할 정도였어요. 어쩜 이렇게 멋있는 대사를 써 주셨을까, 어떻게든 정신차려서 잘 표현해야겠다 싶었어요."

배우와 감독의 생각이 일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놀랍도록 마음이 통했다. 이하늬가 '길동(윤균상)의 손을 가만히 잡아서 내려놔야겠다'며 손에 신경써야겠다고 생각하면,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감독은 제스처 하나하나를 주의깊게 촬영했다.

"그러니 할맛이 절로 나는 현장이었죠. 제가 아니었어도 누구든 장녹수 역을 정말 잘 했을거라 생각해요."

연산(김지석)을 매혹시킨 승무 역시도 제작진과의 공감과 소통으로 인해 만들어진 장면이다. 흔히 연산과 장녹수는 폭군과 요부로 묘사되지만, 이하늬는 예술에 능했던 두 사람의 공감대가 컸을 거라 생각했다. 이하늬는 연산이 반한 포인트를 살리기 위해, '승무'를 추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승무는 짙은 새벽 미명에 땀에 흠뻑 젖어서 추는 춤인데, 굉장히 절제돼 있지만 카타르시스가 있거든요. 드라마에서 선보이면 반응이 어떨지 스스로 확신이 없었는데, 시청자 분들이 그 뜻을 다 알아봐 주셨어요. 또 승무 선생님께서 '그 힘이 버선코에서 나온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우리 감독님은 어떻게 아시고 그 버선코 부분을 찍어주셨고요. 어휴, 정말 '소오름'.(웃음)"

'역적'에서 장녹수는 흥타령을 부르며 가다, 백성들의 돌팔매질에 맞아 죽는다. 이하늬는 드라마 첫 미팅에서 "녹수가 돌을 맞아 죽는 걸 아느냐"는 제작진의 물음에 깜짝 놀랐다. 당시 '흥타령'에 꽂혀 매일 듣고 다녔다는 이하늬는 장녹수가 돌을 맞아 죽어가면서도 노래를 부를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이 말은 엔딩에서 그대로 실현됐다.

"국악을 전공해 음과 박자를 꼭 지켜 부르게 돼요. 쓸데없이.(웃음) 그런데 월하매(황석정) 언니를 보니 주체할 수 없이 감정이 밀려왔어요. 제가 울 때 얼굴이 찌그러지며 참 못생겼는데, 그렇게 오열하며 불렀죠. 사실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노래를 얼마나 잘 부르든, 얼굴이 어떻든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감정이 진짜면 용서되는 허용치가 많아지는 것 같아요."

'역적'에서는 이하늬의 미모가 매회 화제가 됐다. 역시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란 걸 실감할 수 있었단 반응이지만, 이하늬는 손을 내저었다.

"이것도 제작진 분들 덕분이에요. 후작업실에서 많이 애썼을 거예요. 사실 여자배우로서 예쁘게 보이는 각도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 있는데, 감독님이 처음부터 '예뻐보이는 각을 찾지마, 우리가 찾아줄게'라고 하셨어요. 카메라, 조명팀이 위치를 바꿔가면서 찍으시고 후작업에선 돌려깎아주셨죠. 저만 하얗게 날려주시니 다음 신의 남자배우는 잿빛이 돼 있고.(웃음) 여배우로서 감사한 배려를 많이 받았어요. 덕분에 전 제가 어떻게 보이느냐와 상관없이 감정에만 몰입할 수 있는 자유를 얻은 거죠. 쫑파티 때 카메라 포커스 잡는 친구가 '누나가 연기하는 걸 하나도 안 놓치고 싶어 대본숙지를 하고 어떻게 연기할지 시뮬레이션하며 찍었어요' 하는데 너무나 감동했어요. 그렇게 다들 열심히 하는데 배우가 어떻게 연기를 허투루 하겠어요."

장녹수에 푹 빠져있었던 6개월. 이하늬는 인터뷰에서도 당시 얘기를 떠올리며 잠깐씩 눈시울을 붉혔다. 장녹수의 이야기를 풀어보면 그렇게 비극적일 수가 없다.

"녹수의 인생이 꽤 먹먹하다보니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나요. 관기였던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이 생활을 시작하게 된 건데, 성적인 폭행부터 시작해서,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겠어요. 그러다 '그런 춤과 노래를 하면서 네가 예인인지도 몰랐어?'란 길동의 말에 위로를 받았죠. 제가 조선시대 공화로서 태어났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역적'은 홍길동(윤균상)이 부패한 조정을 엄벌하고 권선징악을 실현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모습이 현 한국사회와 비슷하다고 보는 시청자 의견도 있었다. 이하늬 역시 '역적'을 찍으며 많은 부분을 떠올렸다.

"성 안에서 싸우는 건 5·18이 연상됐고, 촛불시위 당시에 작품을 한창 찍고 있을 때라 우리끼리는 '이 상황에도 우리는 드라마를 찍고 있습니다'라며 농담을 하기도 했어요. 격변하는 이 시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그런 책임감이 모두에게 있었던 것 같아요. 암묵적으로 시사하는 바를 곳곳에 심으면서 작품으로서 소리를 낼 수 있는 채널이 될 수 있었던 것 같고, 시청자도 그런 면에서 동질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어요."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하늬는 자신만의 확고한 생각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꿀언니'의 매력이 가득하면서도, '역적' 속 장녹수처럼 자신만의 소신이 있었다. 나라와 임금에게 반역하는 사람을 이르는 '역적'에도 이하늬는 색다른 해석을 내놨다.

"촬영을 마치고 모두에게 선물을 드렸는데, 스티커에 '우리는 세상의 역적'이란 문구를 넣었어요. 녹수도 그 시대를 사는 역적이었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신분이나 상황에 순응하지 않았고, 자신의 죽음마저도 선택하고 싶어했던 사람이잖아요. 어감이 좀 그래서 그렇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왜 당연할까'라고 반문하는 게 역적 아닐까요? 그런 역적이 더 많아진다면 사회가 보다 건강해질 것 같아요."


글= 뉴스엔 객원 에디터 오소영 oso0@slist.kr / 사진=라운드테이블(지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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