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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 신명호 공개수배, 女心 이용 사기부터 토막살인까지(종합)
2017-08-06 00:18:19

[뉴스엔 이민지 기자]

신명호는 어디 있을까.

8월 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지난 2003년 3월 세상에 알려진 제천 토막 살인사건의 비밀을 파헤쳤다.

시신 최초 목격자 정씨는 14년 전 자신의 농경지를 정비하려했다. 그런데 배수로 공사 중 굴삭기 기사의 비명소리를 들었다. 그가 두 눈으로 목격한건 사람의 머리였다. 정씨는 얼굴 형태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한번도 본 적 없는 중년 여인의 얼굴이었다.

경찰이 출동했고 40cm 가량 땅을 파내니 잔혹하게 잘린 시신이 드러났다. 발견된 시신에는 유독 다리에만 5개의 칼에 베인 상처가 있었다. 시신이 발견된 현장 주변에서는 불에 탄 여인의 옷과 가방이 발견됐다. 경찰은 다른 곳에서 여인을 살해한 후 이곳에 묻은 것으로 봤다. 특히 범인은 절단된 신체 부위를 가지런히 배열해 암매장 했다.

사후 매장된 시신을 꺼내 사망 시간을 추정하는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녀의 사망 원인 역시 불명이었다. 그러나 신원은 시신 발견 이틀만에 밝혀졌다. 지문이 남아있었기 때문. 그녀는 2003년 2월 3일 서울에서 가출 신고가 돼 있던 50대 여성 구은희 씨(가명)였다. 집에서 170km나 떨어진 곳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것이다.

구은희 씨 오빠는 "2002년 12월 고향에 계신 부모님한테 전화가 왔다. 셋째가 전화를 안 받으니 찾아볼 수 있느냐고 했다"고 회상했다. 이혼 후 혼자 살고 있는 동생에게 좋지 않은 일이라도 생겼을까봐 걱정이 컸다. 열쇠를 뜯고 동생의 집에 들어갔으나 집에는 이상이 없이 고요했다.

그런데 모 리조트 근처에서 구은희 씨 차가 발견됐다. 텅빈 주차장에 덩그라니 남겨진 차량. 얼마 후 가족들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오빠는 "막내에게 전화가 왔는데 너희 누나가 박사장이란 사람이랑 내 돈 3억5천만원을 사기쳤는데 안 갚으면 고소하겠다. 구은희 어디있는지 알려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신분을 밝히지 않은 남자의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구은희씨 전화는 그녀가 사라진 2002년 12월부터 꺼져있었으나 1월 28일께 전원이 켜졌다. 카드사와 은행에 전화를 걸었고 이후 그녀의 은행 계좌에서 이체됐다. 그리고 그 돈을 찾기 위해 은행에 들어간 한 남자가 있었다. CCTV 속 그 남자는 구은희 씨를 살해하고 가족들을 협박한 사람일까.

토막 시신의 경우 피해자 신원을 감추기 위해 지문을 없애고 깊게 묻는다. 그러나 범인은 시신을 훼손하며 지문은 그대로 뒀고 흙을 40cm 가량 낮게 파고 암매장했다.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신을 옮기기 쉽도록 토막냈을 가능성이 높다. 범인이 훼손한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고 암매장 장소로 데려왔을 가능성이 있다. 시신 처리 방법은 허술하지만 이후 범행 은폐 방법은 치밀했다.

남자의 전화를 받았던 구은희 씨 동생은 "누나 음성사서함 비밀번호를 알고 있더라. 누나와 친했다고 하더라. 누구와 같이 자기 돈을 사기쳤다고 하면서 완주 우리 집으로 간다고 했다. 자신 있으면 휴대전화로 전화해서 만나자고 했는데 금방 전화한다고 하더니 끊었다"고 말했다.

발신 위치를 확인해봤더니 대전의 한 공중전화였다. 그리고 남자는 두번 다시 전화하지 않았다. 구은희 씨 동생은 "차분한 톤이었다. 저음의 목소리였다"고 회상했다.

구은희 씨 지인은 우연히 전화를 걸었다가 남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지인은 "신호가 갔는데 몇번 만에 남자가 받았다. 친오빠라고 했다. (구은희가)볼 일이 있어서 미국 갔다고 하더라. 언제 오냐고 하니 당분간 못 올거라고 그러더라. 기약이 없이 간 것처럼 말하더라"고 말했다.

친오빠라며 전화를 받은 남자는 누구일까. 구은희 씨 지인에게 오빠의 목소리를 들려주자 지인은 "이 사람이 아니다. 그 사람은 점잖하게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돌아오지 않는 동생을 기다리던 오빠 역시 사용하지 않던 구은희씨 전화기를 발견했다. 전화기에는 2511로 끝나는 전화번호가 무수히 많이 찍혀 있었다. 오빠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걸어봤으나 전화를 받은 남성은 구은희를 모른다고 했다고. 오빠는 "자기는 좋은 사람들이라는 골프 클럽 동호회 총무인데 전화를 했으면 아마 운동하러 나오라고 전화했을거다"고 말했다.

구은희씨가 골프 동호회 활동을 한 것도 사실이고 총무와도 친했다고 한다. 총무는 왜 구은희 씨를 모른다고 했을까. 남자의 이름은 최모씨였다.

구은희 씨 시신 발견 며칠 후 뜻밖에 최씨의 이름이 들려왔다. 평소 구은희씨가 착용하고 다니던 금목걸이를 팔러 온 사람이 있었던 것. 금목걸이를 팔러온 사람은 30대 가량의 젊은 여성이었고 가게에서 멀지 않은 건설 사무소에서 일했다. 이 여성은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게 "사장님이 기름값 줄테니 팔아달라고 했다. 그분 건 줄 몰랐다"며 사장의 이름이 최씨라고 밝혔다.

그녀는 구은희 씨와 최씨가 내연관계일거라고 짐작했다고 밝혔고 구은희 씨 역시 동생이 결혼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고 말했다. 12월 초 씌여진 구은희 씨 노트에는 '평생 함께 한 반려자'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최씨가 살고 있다는 지방의 한 주택을 찾았다. 오랜 시간이 흘러 최씨를 기억하는 이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겨우 연락이 닿은 최씨는 "경기도 쪽으로 간 적이 없다. 난 골프채를 잡아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이름은 같지만 우리가 찾는 최씨가 아니라며 "마트를 갔는데 내 이름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주소를 물으니 서울 어디라 그러더라. 오피스텔 주인이 나한테 소장을 보내서 갔다 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즉 최씨인 척 가면을 쓰고 살았던 남자가 따로 있었던 것이다. 2511번의 명의자는 최씨의 이름을 쓰고 있는 김모씨였다. 김씨의 카드 사용 내역에는 흉기로 쓸만한 물건들을 구매한 내용이 발견됐다.

법의학자들은 구은희 씨가 질식사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리 상처는 사망 후 시신을 훼손하려는 과정에서 실패한 흔적일 것이라 봤다. 물품 구매 내용을 보면 식칼과 톱, 쇠망치, 세제와 수세미 등을 세차례 나누어 산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베트남에서 큰 공장을 운영하던 사업가였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베트남에서 그를 찾아 나섰다. 그런데 뜻밖에도 김씨는 제작진과 만남을 쉽사리 허락했다. 김씨는 "내가 한국에 2년이나 3년에 한번 들어가고 4,5일 밖에 안 들어간다. 구은희라는 이름도 기억이 난난다"고 말했다. 이어 "가끔 어떤데서 나한테 연락이 온다. 그 호텔에 가지도 않았는데 VIP 카드가 나온다든지 한다"고 덧붙였다.

범인은 김씨가 아니라 김씨로 살아왔던 것. 최씨도 아니고 김씨도 아닌 사람이 토막 살인의 용의자인 것이다. 그는 어떻게 두 사람의 신분을 훔쳤을까. 범인은 최씨와 김씨, 두 사람의 아내를 이용해 남편의 명의를 도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범인의 내연녀였다.

경찰이 확인한 범인의 가명은 최소 4개였다. 신분증과 의료보험증, 차량, 전화번호, 통장까지 모두 타인의 명의로 사용했다. 얼굴은 밝혀졌지만 이름은 알 수 없는 남자.

베일에 가려진 그의 진짜 이름을 알고 있다는 여성이 있었다. 남자와의 내연관계가 들켜 이혼했다는 최씨의 전부인이었다. 인터넷 봉사활동 동호회 총무로 활동했던 최씨의 전부인은 신경호라는 이름의 남자와 인연을 맺었다. 두 사람이 내연관계로 발전하자 남자는 최씨의 아내에게 남편의 인감증명서를 떼오게 하더니 그녀의 이름으로 거액의 대출을 받았다. 신경호라는 이름의 남자가 사라지자 최씨 전부인은 빚더미에 올랐다.

김씨 전 부인 역시 마찬가지. 연인들은 가족과 재산을 모두 잃고 난 후에야 남자의 정체를 알게 됐다고 했다. 우연히 남자의 지인에게 알게 된 그의 진짜 이름은 사기 전과 11범 신명호였다.

신명호는 교활한 사기꾼이었으나 죗값은 벌금이나 집행유예에 그쳤고 징역을 산 적이 없다. 어느 순간부터는 검거조차 되지 않았다. 피해자들이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외로운 여인들을 숙주로 삼아 독버섯처럼 기생하는 신명호의 사기극은 전국을 무대로 했다. 99년 제주도 부동산 사기를 시작해 대구를 거쳐 경기도 용인, 서울까지 올라왔다고.

경기도로 무대를 옮기며 신명호는 재력가 행세를 했다. 골프 동호회 회장은 "늘 자랑을 했다"며 펜션 분양 사업을 한다던 신명호의 말을 회상했다. 그런데 그는 동호회에서 한사코 총무를 맡겠다고 고집을 부렸다고. 총무가 회원을 받을 때 가족관계 등 다양한 자료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골프는 부유층이 즐기는 스포츠였고 부유층 여성들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골프 동호회 회원들은 "여자들에게 매너가 좋았다. '매너 최'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말 한마디를 해도 재미있게 친근감 있게 했다"고 밝혔다.

사망한 구은희 씨 역시 골프 동호회에서 신명호와 만났다. 구은희 씨는 신명호와의 결혼을 꿈꿨다. 그러나 신명호는 구은희 씨와 연인 사이일 때도 골프 동호회 내 여러 여성들과 내연 관계를 맺었다. 골포 동호회 부대표는 "송년회 때 트러블이 이었다. 소리 지르고 싸워서 내용은 몰랐다. 그 누나가 소리 지르는 스타일이 아닌데 소리를 지르더라"고 회상했다.

박지선 교수는 "대인 전고가 없는 사람이 살인이라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시신을 토막냈을 때는 본인의 정체성을 위협할 정도의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는게 정확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구은희 씨의 마음을 완벽히 사로잡았던 신명호. 2002년 12월 12일 신명호와 다툰 후 구은희 씨는 17번이나 신명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틀간 서로 통화하지 않다가 15일 새벽 다시 구은희 씨가 19번의 전화를 걸었다. 아주 짧은 시간에 일어난 일이다.

구은희 씨의 음성메시지를 들은 이후 신명호는 8차례나 전화를 걸었지만 이번에는 구은희 씨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후 신명호의 음성메시지를 확인한 구은희씨가 외출했고 두 사람은 16일 오전 11시께 중랑구 면복동에서 짧은 만남을 가졌다.

이후 구은희 씨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평소 여러 사람과 통화를 많이 하던 신명호도 그날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전화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 사이 구은희 씨가 살해됐을 것으로 생각된다.

신명호는 이후에도 골프 동호회 활동을 지속했다. 이수정 교수는 "신명호라는 사람이 생활하기에 좋은 조건, 이 장소가 뜨기가 아까울 정도로 좋은 조건이었을 것이다. 관계를 맺을 만한 여자들이 훨씬 많아졌고 도움 받을 수 있는 여성이 늘어났다는 점. 그런 조건이 사람을 죽이고도 떠나지 못하지 못하게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은희 씨의 시신이 발견된 다음날도 신명호는 골프를 치고 있었다. 이후 그는 사라졌고 14년째 잡히지 않고 있다. 감쪽 같이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살았던 만큼 신명호라는 이름으로 단 하나의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이수정 교수는 "2003년부터 2016년까지 조력자 없이 증발할 수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직업도 없는 사람이 한국에서 조력자 없이 13년 정도를 생활할 수 있겠냐. 조력자 그룹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명호의 가족들을 수소문 한 가운데 딸은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게 전화를 걸어 "중학교 땐가 초등학교 때 이후로 얼굴이 본 적이 없다. 아는게 없다 엄마나 동생한테 연락하지 마라. 부탁드리겠다"고 당부했다.

신명호는 잔혹한 살인마라는 민낯을 감춘 채 어디에서 살아가고 있을까. 공개 수배 후에도 그의 행방은 묘연하다. 경찰이 선정한 올해 종합공개수배 대상자 2위에도 신명호의 이름이 올라있다. 그가 몹시 위험한 범죄자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지표다.

인터넷 동호회에서 그를 봤다는 한 목격자는 인터넷 동호회에 접속해 우연히 회원들의 사진을 봤는데 수배 전단에 있던 신명호의 얼굴이 있었다고 말했다. 같은 골프 동호회 회원이었던 한 회원 역시 "사건 터지고 5년 후에 아내와 골프를 치러 갔는데 그 사람을 봤다"며 이후 그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게 제보하나가 들어왔다. 전남 고흥에서 사기를 치고 다니는 한 남자가 나타났는데 그가 신명호 같다는 것이다. 제보자는 신명호가 강씨라는 가명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원룸에 신명호가 세를 들어 왔다고. 원룸 주인인 제보자는 "집에 가면 모니터 5개 켜놓고 그것만 했다. 주식한 것 같다 주식 권유를 나한테 많이 했다. 많이 날렸다"고 말했다. 세입자에게 주식 투자 사기를 당한 것은 집주인 뿐만이 아니었다.

신명호와 닮았다는 주식사기 피의자. 그는 정말 신명호일까.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취재 도중 여러 제보자에게 받은 사진을 분석해 진짜 신명호의 얼굴이 있는지 분석했다. 또 경찰은 "현장 지문 감식을 통해 신명호를 특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여전히 여러개의 가명을 쓰며 사람들을 속이고 있었던 것이다. 신명호는 이번에도 다섯개의 가명을 사용했다.

신명호의 집에 한달에 한번꼴로 배달을 했다는 마트 직원은 "하루는 왜소한 여자가 있었고 또 다음엔 통통한 여자가 있고. 돈이 좀 있어 보이더라. 아내는 아닌 것 같았다"고 말했다. 과거와 동일하게 신명호 주변에는 그를 사랑하는 두세명의 여자가 존재했고 여인들은 그에게 돈을 빼앗기면서도 알아채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신명호는 또다시 사라졌다.

사라지던 날 은행CCTV에 포착된 신명호는 1,100만원 가량의 돈을 찾아 사라졌다. 그는 항구가 가까운 곳에서 살고 있었다. 신명호가 도주해 배를 탔다면 제주도를 비롯해 전남 인근의 섬으로 도망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마트 직원은 "집에 낚싯대가 많았다"고 말했다.

박지선 교수는 신명호의 낚시에 대해 "사기 수법을 변화시킬 수 있다. 그렇지만 낚시라는 것은 범행 수법과는 거리가 먼 신명호가 좋아하고 즐기는 특성이다. 수배 행각과 관계없이 낚시라는 행위에 애착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낚시터에서 그를 봤다는 제보도 들어왔다.

박지선 교수는 또 "이런 사람이 위험한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진짜 모습이 드러날 수 있는 위기에 처하면 살인이라는 범행을 다시 저지를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빠른 검거가 시급하다. 안 잡히면 범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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