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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장준환 “고문신 소방대원 대동..심적으로 힘들었다”(인터뷰) 박아름 기자
2018-01-12 13:14:01

[뉴스엔 박아름 기자]

‘1987’을 연출한 장준환 감독을 영화 개봉 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지난 12월27일 개봉한 '1987'은 1987년 1월, 스물두 살 대학생이 경찰 조사 도중 사망하고 사건의 진상이 은폐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냈던 사람들의 가슴뛰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故 박종철, 이한열 열사를 소재로 해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신과함께-죄와 벌' '강철비'와 함께 스크린 BIG3 대결로 화제가 됐던 '1987'은 뒷심을 발휘하며 1월12일 현재 5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장준환 감독은 인터뷰에서 '1987'을 만들기로 결심한 계기부터 캐스팅, 영화 촬영 에피소드 등 '1987'의 모든 것을 낱낱이 공개했다.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강동원, 김태리, 여진구, 설경구, 박희순, 이희준 등 톱배우들이 분량이 많지 않은데도 불구, 출연을 결심했다

감독으로서는 진짜 원하지 않는 캐스팅을 할 수도 있다. 다른 가능성을 보고 모두를 바꿔서 생각해 봐야 할 때도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캐스팅 자체가 환상이었다. 물론 그 과정이 아주 쉽다고만은 할 수 없었다. 너무 이름있는, 잘하는 배우들을 다 모셔야 되니까. 배우 입장에서도 역할의 크기와 상관없이 그런 마음을 갖기가 쉽지 않은 거라 생각한다. 근데 이 이야기가 가고자하는 방향에 대해서 같이 발걸음을 한 걸음 떼겠다는 것에 동참해주신 게 아닌가 싶어 너무 감사드리고 있다.

-대공수사처 박처장 역 김윤석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냈나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자료조사를 했는데 대공수사처라는 기관 자체가 경찰 내에서도 비밀조직 같았다. 굉장히 위치가 애매하다. 안기부가 있는데 대공 업무를 하는 대공수사처가 따로 있고, 또 경찰 내 소속이고 묘한 포지션이었다. 그만큼 대공수사처 위상과 그런 것들이 확고했다더라. 그러다보니 많은 기록이 남아 있진 않다. 최소한의 기록을 갖고 유추했다. 그런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고 말이다. 악인들은 더 드라마틱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역사의 한 부분이다. 전쟁을 겪은 세대들, 이념 갈등의 피해를 입은 분들의 스토리까지도 보듬으면 더 단단해지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탁 치니 억' 대사를 표현한 김윤석에 놀랐다

김윤석 선배님이 한 가지로만 준비해놓은 게 아니다. 두 가지 버전을 보여주시는데 다들 감탄했다. '탁 치니 억'을 어떻게 표현할까 했는데 중간에 '억?' 이거 한 번 넣는게 '저렇게도 갈 수가 있구나' 싶었다. 그런 부분에서 다들 입이 떡 벌어졌다.

-하정우가 연기한 검사는 실존인물과 다른 점이 있다고 하던데..

비밀리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니 직접 인터뷰할 기회는 사실 없었다. 하지만 최소한의 팩트를 갖고 팩트만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하면 캐릭터들이 영화적으로 재밌고 독특하고 서로의 변별점을 다 갖고, 모두가 주인공인 영화가 될 수 있을까? 그런 고민들을 하던 차에 '본의로(?) 그런 부분들은 용서해주시겠지, 큰 대의를 위해서'라는 생각으로 좀 신뢰를 했다.

-배우들에게 연기 과정에서 특별히 주문한 게 있었나?

'외모 자체를 박처장과 비슷하게 닮아보자 그러면 좀 더 이 인물의 본질에 가까이 갈 수 있는가?' 그런 생각이었다. 그런 건 김윤석 선배님이 스스로 우리도 못 찾는 사진들을 갖고 오시면서 '이 사람이 이런 느낌이 있다' '또 다른 느낌인 것 같다'며 보여주셨다. 그리고 '이런 인물을 어떻게 종합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해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노력의 일환이었다. 각 캐릭터마다는 다른 느낌들을 주게 하고 선명하게 조각해내야 했기 때문에 배우마다 다 다르게 접근한 것 같다.

-고문 장면은 배우들에게 힘든 작업이었을 듯

소방대원까지 오셔서 체온을 체크했다. 혹시나 저체온이 되지 않을까 싶어 말이다. 그러면서도 나는 테이크를 많이 갔다. 사람이 하면 안될 짓을 많이 한 것 같다. 그러면서도 너무 중요한 장면이니까 조금 더 좋은 뭔가를 얻어내려고 많이 고민했다. 심정적으로도 힘들었다. 비록 그냥 우리가 다 준비해서 '레디, 액션!' 하면서 찍는 거지만 그걸 바라보는 것도 굉장히 힘들었고, 이중고가 있었다.

-영화를 만들면서 어떤 점에 주안점을 뒀나

유가족에 폐를 안 끼치려고 하는 게 전부였다. 그 마음을 잃어버리면 이 영화는 실패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지금도 그렇다. 자꾸 되새기려고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면서도 영화적으로나, 상업영화 틀 안에서 결국엔 만들어졌다. 그 안에서 이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 많은 국민들, 많은 청소년들, 어린이들도 보길 원했고, 그런 부분에서 많이 생각하면서 촬영했기 때문에 '재밌어야 되지 않나'라는 맥락에서 좀 더 대중적으로 만들려 했다. 단순하지만은 않은 이야기다. 그 안에 양상을 들여다보면 굉장히 복잡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어떻게 쉽게 이야기로서, 그럼으로서 강렬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그런 부분은 당연히 감독으로서 많이 고민을 했던 부분인 것 같다.

-영화를 어떤 식으로 찍었나

나는 이 영화를 감독으로서 이 사건과 배우들의 움직임, 눈빛 이런 걸 최대한 카메라 안에 실제처럼 담아보자 생각했다. 다큐 느낌으로 시작하는 영상기법도 그래서 나온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최소한의 간섭을 하는 게 원칙이었고 그러다가 영화적으로 중요한 몇 장면, 박종철 열사님이 수조에서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그게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키는가. 예를 들면 광장으로 나가기까지 롱테이크를 쓴 기법들. 영화적으로는 그런 힘을 줄 때만 주자. 나머지는 그 감정과 사건과 인물들을 담는데 최대한 집중하자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이 영화를 만들 땐 촛불시위가 없었다

그런 부분도 생각 안했다고 할 수 없는데 일단 대단하다. '우리 국민들이 진짜 무섭다' 이런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다. 진짜 저력있고 힘있는 국민들이다. 난 오히려 긍정적인 면이 훨씬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냥 이야기로만 듣고 자랐던 젊은이들은 이렇게 광장에 사람이 많이 모일 수 있는게.. '힘을 더 줄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언론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가 영화 안에 담겼다

언론이 얼마나 중요하고 큰 역할을 하는지, 그런 부분도 같이 공감하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BIG3 대결 부담스럽지 않았나

부담이 안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일단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렇게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것 자체도 굉장히 감사한 부분이고 그걸 보고 관객들과 만나진 않았지만 만든 스태프들, 배우들 모두가 좋아하고 무엇보다 그 당시 우리 영화에 나오는, 그 당시 실존 인물들 포함해 유가족들께서 좋은 말씀들을 해주시니까 그게 일단 너무 안심이 돼 사실 흥행이나 이런거야 뭐.. 흥행귀신도 모른다는 말이 있지 않나.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이 노력들을 많은 국민들이 보고 느끼고 나눴으면 좋겠다는 게 아주 기본적인 생각이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엔 박아름 ja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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