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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신승남 전 총장의 성추행 소송, 피해자만 고통(종합)
2018-04-15 00:13:53


[뉴스엔 이민지 기자]

신승남 전 검찰총장의 성추행 사건은 왜 무고죄가 됐을까.

4월 1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전직 검찰총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파헤쳤다.

밤 9시가 넘을 무렵 아무 연락 없이 여직원 기숙사 문을 두드린 남자가 있다. 총장이라 불리던 회사의 대표 중 한 사람이었다. 수진(가명)씨는 무시할수도, 흔쾌히 열 수도 없는 상황. 같이 사는 민정(가명)씨가 샤워중이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자 총장은 다짜고짜 안으로 들어왔다. 잠시 후 과장이 따라들어왔다.
예상치 못한 방문객들 때문에 민정(가명) 씨는 샤워를 끝낸 후에도 나가지 못했다. 처음엔 거절했지만 계속 자신을 찾는 총장 때문에 밖으로 나간 민정씨. 민정씨는 불러낸 총장은 자신의 옆에 민정씨를 앉혔다. 이들은 "너는 씻은게 예쁘다. 섹시하다", "두세번 껴안는 식으로 했다"고 밝혔다.

민정씨는 "머리가 젖어있는데 머리를 만지고 팔도 만지고 껴안고. 맨살이 자꾸 닿아야 되니까 게속 뺐더니 자기가 싫으냐면서 애인하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뽀뽀까지 요구하는 등 손녀뻘인 직원들에게 부적절한 말과 행동들이었다. 민정씨가 거세게 항의한 다음에야 과장이 총장을 데리고 나갔고 총장은 민정씨와 수진씨에게 5만원씩을 주고 갔다고 한다.

민정씨는 "과장님도 옆에서 듣고만 있었다. 나오시라고 해야 하는데 모든걸 보고도 한마디도 안했다"고 말했다. 다음날 항의를 하러 이사를 찾아간 민정씨는 "참고 넘어가라"는 말을 들었다고. 민정씨의 항의가 워낙 거셌던 탓에 옆에 있던 포천 골프장 직원들도 이 상황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다.

민정씨는 결국 첫 직장이자 2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떠났다. 시간도, 민정씨의 기억도 멀어질 때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보도됐다.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골프장 여직원을 성추행 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수십개 신문에 이름을 올린 전직 검찰총장. 신총장과 민정씨의 이야기였다. 그녀는 왜 1년 반이 지나 갑자기 고소를 결심했을까.

민정씨는 "처음부터 고소할 생각은 없었다. 그쪽에서, 포천에서 먼저 전화가 왔다"고 말했다. 노조 설립을 준비 하던 전 회사 사람들이 당시 성추문에 대해 물었다는 것. 그는 "아무도 거들떠도 안 보더니 1년이나 지났는데 왜 설명해줘야 하는지 모르겠고 나 아니어도 다른 사람들이 다 아니까 물어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민정씨는 고민 끝에 아버지에게 뒤늦게 당시 상황을 고백했고 아버지는 큰 충격에 빠졌다. 민정씨 아버지는 골프장에 찾아가 항의했고 신 전 총장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아버지는 "사과만 받으면 할 도리는 다 한거라 생각했다. 신승남이 우리한테 '네깟 것들한테 내가 왜 사과를 해?'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1년 뒤 성추행 피해자였던 민정씨는 신승남 전 검찰총장을 무고한 가해자로 바뀌었다.

이 사건은 지난 2014년 11월 세간을 떠들썩 하게 한 전직 검찰총장의 여직원 성추행 사건이다. 사건이 일어난건 2013년 6월이다. 과거에 있던 사건을 시간이 흘러 공개한 이른바 미투다.

20대 여직원이 전직 검찰총장을 상대로 한 고소. 신승남 전 총장은 민정씨를 무고로 맞고소 했다. 그런데 1년 후 검찰은 민정씨와 아버지를 무고와 명예훼손으로 기소했다. 고소한지 한달만인 2014년 12월 경찰은 이 사건이 공소권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검찰로 송치했다. 검찰도 1년 후 같은 의견으로 불기소를 결정했다. 무혐의가 아니라 범죄 성립 여부를 따지지 않고 기소를 진행하지 않는 사건이라는 것이다.

당시 민정씨는 프론트에서 2년 넘게 근무한 최고참 직원이었고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 회사를 그만두려 했던 상황. 신승남 전 총장은 민정씨의 사직을 만류하려고 여직원 기숙사를 찾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골프장 직원은 "다른 직원들 퇴사할 땐 한번도 그런 적 없다"고 말했고 민정씨 역시 "말리러 왔다고 하는데 그런 이야기는 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날 함께 있던 수진씨는 "왜 오신거지? 언제 가시나라는 생각 밖에 안 했다. 온 의도를 몰랐다. 알맹이 없는 이야기만 했다"고 회상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결론내렸다. 민정씨는 사건이 2013년 6월 22일에 발생했다 주장했다. 2013년 6월 19일 친고죄가 폐지되며 고소 방법과 고소 기간이 달라졌다. 6월 22일이면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괜찮지만 경찰은 사건 발생 시기가 6월 19일 이전이라 판단한 것이다.

신승남 전 총장이 민정씨가 날짜까지 허위로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신승남 전 총장 운전기사의 운행 기록에 그는 22일 밤 골프장이 없는 것이 확인됐다. 22일이 아니라는 또다른 증거는 당시 골프장에 있던 이사의 기록이다. 민정씨에게 항의를 받았던 바로 그 이사는 "6월22일 광주로 간게 기억난다"며 23일 광주에서 사용한 카드 내역서를 공개했다. 사건의 날짜가 6월 22일이 아니라는 증거들이다.

민정씨는 "언제 있었는지 나도 정확히 날짜를 모른다. 아예 잊고 사려고 했고 1년 전 일을 어떻게 날짜까지 기억하나"라고 말했다. 민정씨의 골프장 퇴사가 6월 29일인데 그 일 후 일주일 쯤 후 퇴사한 기억 때문에 22일쯤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날짜가 특정이 돼야 고소장이 접수가 된다는 아버지가 22일을 말했다고.

민정씨 아버지는 "운전기사가 자기 운행일지에 기록된 날짜가 6월 22일로 돼있다고 했다. 운행일지 적는 사람이 22일로 돼있다고 하니까"고 말했다. 운전기사는 민정씨 아버지가 아닌 검찰 수사관 출신 법무사이자 신 전 총장의 고향후배 배씨에게 이를 이야기 했다며 "21일이라고 말했는데 배씨가 22일로 한거다"고 말했다. 형편이 안됐던 아버지는 자신을 도와주겠다는 배씨의 말에 이유를 따지지 않고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때 배씨의 조언 중 하나가 날짜를 특정하라는 것이었다.

배씨는 날짜의 의미를 알았던 것일까. 배씨는 "2014년 10월 중순쯤 고소장을 썼다. 성폭력 범죄의 친고죄 조항이나 공소시효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법무사 일을 안한지 오래돼 법이 바뀐지 몰랐다고. 그는 "변호사 친구한테 물어봤더니 친고죄 조항이 있으니까 19일 이전이면 처벌 못한다고 했다. 고소 전에 알았다"고 말했다. 배씨는 날짜 확인을 위해 평소 친분이 있던 운전기사에게 물어봤고 22일이라는 말에 민정씨에게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민정씨는 "나는 추측한거지만 그 기사는 운행일지라는걸 쓴다고 했다. 거기에 6월 22일이라는데 그게 맞겠구나 했다"고 말했다.

배씨는 날짜 때문에 신 전 총장에게 고소 당해 법적 분쟁 중이다. 그의 죄명은 무고만이 아닌 공갈미수다. 신 전 총장의 고등학교 후배이자 검찰 수사관 시절 그의 밑에서 일했던 배씨는 신 전 총장과 함께 골프 연습장을 운영했다. 운영권을 두고 분쟁이 벌어졌고 폭력사태까지 발생했다. 이 때문에 배씨가 민정 씨를 부추겨 이 사건을 만들었다는 혐의다. 배씨는 "내가 관여하지 말아야 될 일에 고소장 써준게 잘못이다. 난 재산 다 날리고 인생이 엉망진창이 됐다"고 말했다.

성추행 피해를 당했으니 진실을 밝혀달라고 고소했는데 이 사건은 성추행과 상관없는 날짜조작 진실게임으로 바뀌었다. 민정씨와 아버지는 배씨의 조언 때문에, 배씨는 차기사가 말했기 때문에, 차기사는 배씨가 잘못 들었기 때문에 날짜가 22일이 됐다고 주장한다. 신승남 전 총장은 이들이 날짜를 조작해 자신을 공경에 빠뜨렸다며 민정씨와 아버지, 배씨, 운전기사와 당시 골프장 대표이사를 고소했다.

이 사건의 본질은 날짜가 아니라 성추행 여부다. 경찰이 날짜 수사를 시작한 이유 역시 성추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공소권이 있는지를 따지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신승남 전 총장의 주장대로 날짜를 조작했다는 것은 원래 날짜가 있는데 다른 날짜를 꾸며냈다는 것이다. 원래 날짜가 언제인지는 밝혀진 것일까.

검찰은 사건 날짜를 5월 22일로 특정했다. 당시 직원들도 모두가 6월을 말했는데 사건 날짜가 유일하게 5월이라 주장한 사람은 신 전 총장이다. 신승남 전 총장은 "내가 무죄로 끝났다. 22일이 아니고 21일이다"고 말했다. 그가 검찰이 특정한 5월 22일도 사건 날짜가 아니라고 단정하는건 운전기사의 운행일지 때문이다. 하지만 운전기사는 "5월 21일은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수진씨는 6월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입은 의상 때문이었다. 민정 씨는 "골프장이 5월과 6월 날씨 차이가 많이 난다"고 말했다. 게다가 운전기사는 사건 날짜를 6월21일로 확신하고 있었다. 당시 회식이 끝난 후 자신이 카드를 받아 계산했고 금액까지 기억한다는 운전기사는 "34만 몇천원 나왔다. 본인카드인지 법인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 회식이 끝난 후 신승남 전 총장이 기숙사를 찾아갔고 사건 다음날 아침 당시 골프장 대표이사가 있었던 일에 대한 사실확인 차 신승남 전 총장을 찾았다.

그러나 경찰은 6월 21일 역시 사건 날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결론 내렸다. 그날 민정씨와 같이 있던 수진씨가 6월21일 휴무였다고 기록된 근무표 때문이었다. 골프장 관계자는 "그 근태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근무표가 부정확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당시 수사 경찰은 "수기로 된 기록이고 조작한 건 없었다"고 말했지만 조작 여부만 체크했을 뿐 정확성은 확인하지 않았던 것이다. 성추행 사건의 공소권이 없다는 결정은 처음부터 잘못 끼운 단추일 수 있다.

최근 민정씨와 아버지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민정씨의 주장이 허위사실이라 단정하기 어렵고 근무표 내용이 반드시 실제 근무 내용과 일치한다 단정할 수 없으며 사건 발생이 2013년 6월 하순경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검찰은 항소했다.

당시 사건 수사 기록을 살펴보던 제작진은 한가지 의문을 갖게 됐다. 민정씨가 고소장을 접수한 후 공소권 없음 결정을 받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조사를 받았지만 정작 피의자였던 신승남 전 총장은 한차례도 조사 받은 기록이 없는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왜 신승남 전 총장을 조사하지 않았을까.

신승남 전 총장은 "공소권 없음인데 뭐 나를 조사할 필요 없는거 아니냐"고 대꾸했다. 하지만 공소권 없음은 경찰 조사 후 일이다. 당시 수사를 주도했던 경찰은 "할 이야기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외압은 없었다. 양심과 아들을 걸고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지만 이내 "수사 못한거다. 내가 불러서 조사하려고 전화했다. 변호사를 통해서 이야기 하자 하더다. 영장이 발부가 안되니까 변호사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신승남 전 총장 변호사가 의견서에서 날짜에 대한 의혹이 적혀 있었고 경찰은 "이걸 확인을 안하면 검사가 청구하고 판사가 영장을 발부하겠냐"고 말했다.

민정씨 변호사를 찾기 위해 도움을 줬던 친구는 "다들 계란으로 바위치기 아니냐는 식으로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상대가 전직 검찰총장이고,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하면 이야기 하기 전후 태도가 달랐다. 도와주는 것에 대해 개입하지 말라, 미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말까지 했다"고 말했다.

민정씨는 결국 재판이 시작된 후에야 지금의 변호인단을 만날 수 있었다. 신윤경 변호사, 이미연 변호사, 박준영 변호사 등이다.

사건 당일 민정씨는 신 전 총장이 떠난 후 선배에게 전화해 장시간 하소연을 했고 민정씨가 이에 대해 확인해보라고 말했지만 검사는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검사는 성폭력 사건과 무고 사건을 함께 다뤘기 때문에 피해자이면서 피의자인 두 사람을 동등하게 바라봐야 한다. 검사는 두 사람을 공평하게 바라봤을까.

민정씨는 "검찰이 나한테 제일 먼저 한 이야기는 어차피 처벌 안된다는거 알지 않냐. 이것만 제대로 말해주면 안나와도 된다고 했다. 그 사건에 대해 내 이야기를 듣기 보다 원하는 대답을 얻으려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민정씨 변호인들은 검찰 신문 영상과 조서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민정씨에게 유리할 수 있는 내용이 조서에는 빠져있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보였던 소송. 우려는 현실이 됐다. 꽃뱀이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가장 큰 상처는 주변인들의 반응이었다. 민정씨는 "진실을 다 알고 눈으로 봤는데도 증언을 안하니까. 사람들이 무서웠다"고 말했다. 경찰이 날짜를 정확히 확인할 수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당시 담당 경찰은 "골프장 직원들이 다 몸사려서 입을 다물었다"고 말했다. 대표이사는 "전직 총장 출신들이니까 일반 직원들 입장에서 두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승남 전 총장은 공소권 없음 결정이 나오자 직원들 보란듯이 골프장에 관련 기사를 게재했다. 현재 신 전 총장이 진행 중인 소송은 알려진 것만 20건이 넘는다. 대부분 골프장 직원들, 성추행 소송 관련 사람들이다.

박준영 변호사는 "그 사람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 공소장을 받아든 후배 검사가 어떤 생각을 하겠냐. 그 자체가 영향력을 행사한거다"고 말했다. 신승남 전 총장은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의 인터뷰 요청에 "자료를 준게 누구냐. 내가 대충 알고 있는데"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민정 씨는 "바라는건 재판이 빨리 끝나는거다. 이제는 사과도 뭐도 바라지 않고 그냥 이 상황이 끝났으면 좋겠다. 이제는 잊고 싶어도 잊혀지지 않는다. 다시 돌아간다면 난 소송을 안할거다"며 눈물을 보였다. 그런 딸 옆에서 3년 이상 죄인이 돼야 했던 아버지는 "내가 평생 사죄하면서 살겠지만 다시 해도 똑같이 고소할거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 뿐이다. 여기서 사건을 무마시키고 넘어가면 다른 피해자가 또 나오고 또 넘어가고 없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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