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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수가 촬영장에 대본을 들고오지 않는 이유(인터뷰)
2018-07-08 08:13:01


[뉴스엔 박아름 기자]

조민수는 촬영장에 대본을 들고 오지 않는다. 왜 그럴까.

영화 ‘마녀’(감독 박훈정)에서 활약 중인 배우 조민수를 만났다. 오랜만에 인터뷰에 임한 조민수는 자신의 연기인생을 되돌아보고 자신만의 연기 철학을 공개했다.

지난 6월27일 개봉해 절찬 상영중인 '마녀'는 시설에서 수많은 이들이 죽은 의문의 사고, 그날 밤 홀로 탈출한 후 모든 기억을 잃고 살아온 고등학생 ‘자윤’(김다미) 앞에 의문의 인물이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액션이다.
'관능의 법칙'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조민수는 주인공 ‘자윤’(김다미)이 잃어버린 과거 기억을 모두 알고 있는 닥터 백으로 분했다. 10년 전 의문의 사고에서 탈출한 후 사라져버린 자윤을 집요하게 찾는 박사로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조민수를 스크린에서 보는 건 무려 4년 만이다. 왜 이토록 오래 걸렸을까. 조민수는 "시나리오가 없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현재 차기작도 정해진 게 없다고.

"그렇게 잘나지도 않았는데.. 끝나고 나서 쉬냐고? 일이 없어서 쉬는 거다. 좋은 작품 있으면 다 한다."

그래서 조민수는 남성 캐릭터를 여성 캐릭터로 바꾸면서까지 자신을 캐스팅 해준 '마녀'가 자신에게는 그 무엇보다 행복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김다미, 고민시, 정다은 등 다수의 신인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신인 배우들과 함께하면서 조민수는 자신의 신인 시절을 떠올렸다. 지난 1986년 KBS 특채 탤런트로 데뷔해 30년 넘게 연기자로 활동해 온 조민수는 자신에겐 스승 3명이 있다고 소개했다. 연기자로서 가져야 될 자세를 3명의 어른에게 배웠다고.

첫 번째 선생님은 '욕망의 문'을 쓴 故 김기팔 작가다. 김기팔 작가는 조민수에게 '예쁜 척 하지 말라'고 일러줬다. 화장품 광고했을 당시 김기팔 작가로부터 욕을 많이 먹었다는 조민수는 "김기팔 선생님은 내가 어떻게 작품에 캐스팅됐는지 궁금하셨나보다. 연기를 열심히 하는데 혼을 내셨다. '어디서 예쁜 척을 하냐. 안방에서 사람들이 보는데 예쁜 척 하는 거 아니다. 어디 카메라를 들여다보냐'고 하셨다. 그때 배웠다. '배우는 예쁜 척 하는게 아니구나'란 걸"이라고 회상했다.

두 번째 선생님은 배우 故 김순철이다. 조민수는 김순철로부터 배우는 기본적으로 대본을 숙지하고 있어야 된다는 것을 배웠다. 조민수는 "그 선배님이 대본을 현장에 안 갖고 오셨다. '배우는 대본을 외우고 오는 게 아주 기본이야. 그게 숙지가 안되면 안 된다'고 하셨다"며 아직까지도 현장에 대본을 가져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세 번째 선생님은 현재도 왕성하게 활동 중인 배우 박근형이다. 조민수는 박근형으로부터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배웠다. 조민수는 "선생님과 연기하는데 내가 잘하는 줄 알고 내 것만 하다가 그 분이 딱 던지셨는데 내 안에 생각지도 못했던 게 터져나왔다. '연기는 주고받는 거구나'란 걸 느꼈다"고 전했다.

조민수는 "이 세 가지가 기본이다. 난 좋은 어른들을 만났다. 그런 분들을 못 만났던 친구들 앞에선 웃으면서 '난 좋은 분들을 만났다'란 생각을 한다"며 "난 대본을 아직까지도 머리맡에 두고 잔다. 외우든 안 외우든 말이다. 지나가다 생각나면 메모 한 번 해두는 편이다. 무수히 많이 현장에 안 갖고 간다. 그게 맞다고 본다. 그렇게 바쁘면 연기를 안해야 된다고 본다"고 말해 놀라움을 선사했다.

그러면서 조민수는 "다른 연기자들과 얘기할 때 '연기할 때 안 즐겁다. 지옥같다'고 한다. 근데 어떤 걸 표현하고 났을 때 생각 이상이 나왔을 때 '이래서 연기하는구나'라는 행복감에 또 연기를 하게 되는 거지 현장 나가는 건 지옥같다. 그거갖고 선배들과 얘기한다. '그렇게 행복해? 난 안 행복해'라고. 말론 즐긴다고 하지만 다 힘든 거다"고 연기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연기 경력 30년이 넘는 베테랑이지만 조민수는 자신의 연기가 늘 만족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만족은 없다. 그래도 이게 맞구나 또 한 번 다짐하고. 그러면서 이번에 진이 다 빠지더라. 난 매번 왜 이럴까 생각했다. 진심으로 연기하기 싫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봤다. 이게 뭐지? 그런 고민을 따져봤다. 매번 새롭게 뭔갈 만드는 게 힘들다. 오래 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30년 도자기를 빚으면 장인이 될텐데 우린 왜 그럴까 하고. 새로운 걸 빚으면서 매번 실수할 것 같은 불안감을 느낀다. 난 그렇다."

이어 조민수는 "배우는 평생 장인이 아니다. 기댈 다른 곳이 없구나란 생각에 슬프다. 연기란 묘한 군 안에 들어간 거다. 돈만 쫓아가서도 안되고, 생활인 조민수로 돌아갔을 때 뭘할지 생각했을 때 없다. 다른 거 할 줄 아는 것이 없어 두렵다. 대중이 안 찾아주면 연기를 안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배우란 직업은 그렇다 생각한다. 그게 배우의 매력이며 장점, 단점이라 생각한다. 근데 안 찾으면 못한다는 불안감이 있다. 그걸 왜 안 찾냐고 얘기할 수 없다. 그렇다고 했을 때 생활인 조민수를 생각하면 깜깜한 거다. 배우들은 무지 많이 고민하고 아파한다"고 남모를 고충을 덧붙였다.

이와 함께 배우가 아닌 사람 조민수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많은 이들이 조민수를 떠올릴 때 '걸크러쉬'라는 수식어를 떠오르지만 실제 조민수는 여성스러운 면이 더 강하다. 조민수는 "난 할 게 많다. 집에서 노는 걸 잘한다. 음악도 듣고 관찰도 하고 그런다. 사람들이 걸크러쉬라 하면 속상하다. 실제 난 안 그렇다. 생긴게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내가 어떤 앤지 친한 사람들은 다 안다. 집순이고 혼자 놀기를 잘한다. 옛날에 했던 역할들 중 제일 나랑 맞는 성격이 뭐냐 그러면 '모래시계' 성격이라 한다. 핑계댈 건 아닌데 말없고 조용하고 손드는 거 못했던 애가 연기하면서 바뀌었다. 안 그럼 못 살겠더라. 죽을 것 같더라. 그래서 도망가게 되더라. 자유로운 이 안에 들어가니까. 너무 힘들어서 일 끝나면 이불에다 욕하는 게 일이었다. 그러면서 적응해나갔다. '그래 내가 이래버리면 외부에서 날 안 건드리겠지' 하면서 하다보니 이젠 못 바꾸게 됐다. 너무 오랜 시간 있다보니 이게 편해진 거다. 그럴 때 쉬면서 원래 나같이 노는 것 같다"고 그동안 몰랐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한편 '마녀'에 출연한 배우로서 조민수는 국내 영화에서 여배우 위주 영화를 찾기 힘든 것과 관련해 자신의 견해를 드러냈다. "그런 생각을 살짝은 했다"고 운을 띄운 조민수는 "처음엔 불만만 있었는데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여성의 직업이 다양해진 건 얼마 안된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문화가 내가 한참 일할 때 최고 여자 걸크러쉬라고 얘기하는 역할은 의사, 판사 외엔 없었다. 그 다음 나온게 의상 디자이너였다. 과정이 있는건데 10년 뒤 이런 고민이 없어질 거라 생각한다. 익숙해지면 쓸 것이다. 아직까지 사회 전반에 '여성이 일용직을 한다'는 건 아직 생각 안하지 않나. 난 이제 할 거라 생각한다. 이런 것들이 다양해지면 자연스럽게 글로 간다고 생각한다. 맨 처음엔 '그게 뭐야?' 했는데 중국은 묘하게 여성 영화가 많다. 근데 우린 할리우드 영화를 본다. 맨 처음엔 그랬다가 이젠 자연스럽게 그런 시대가 올 거라 생각한다. 요즘은 인식이 변한 걸 느낀다. 문화는 천천히 흐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마녀' 같은 여성 위주 영화의 등장은 더욱 반갑다.

끝으로 조민수는 "나도 제작비 100억 넘는 영화에 출연하면 행복할 것이다. 근데 30억 정도 되는 영화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내 욕심은 그렇다. 그래서 영화가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우린 크게 뜨면 비슷해진다. 그게 없어지려면 탄탄한 내용, 가치가 있는 영화가 나와야 한다. 그런게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바람을



전했다. (사진=엔터스테이션 제공)

뉴스엔 박아름 ja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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