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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마침표’ 이상화 은퇴 소감 “이제는 여유롭게 살겠다” (일문일답)
2019-05-16 14:21:03


[중구(서울)=뉴스엔 글 김재민 기자/사진 표명중 기자]

'빙속 여제' 이상화의 마지막에는 눈물과 웃음이 함께 했다.

스피드스케이팅의 전설 이상화(30)는 5월 16일 중구 더 플라자호텔 루비홀에서 열린 선수 은퇴식 및 기자 간담회에 참석했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천금 같은 은메달을 목에 걸고 약 1년 만에 선수 생활을 마치기로 했다. 이상화는 최근 고질적인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던 이상화는 결국 스케이트화를 벗기로 했다.
이상화의 여정은 곧 빙속계의 전설로 남았다. 2005년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 여자 500m에서 동메달을 따며 주목받기 시작한 이상화는 2010년 밴쿠퍼 동계올림픽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려 세계 최고의 자리에 섰다. 2014년 소치 대회에서 여자 500m 2연패에 성공한 이상화는 고질적인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기 어려웠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값진 은메달을 따내며 박수 갈채를 받았다.

이상화는 인사말을 전하며 "최고의 모습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지만 이내 취재진의 질문에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은퇴 부담을 벗어던진 이상화는 농담을 섞으며 질문에 재치 있게 대답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다음은 이상화와의 기자회견 일문일답이다.(사진=이상화)

※ 이상화 은퇴 기자회견 일문일답

- 은퇴를 최종적으로 결정한 시기는
▲ 3월에 은퇴식이 잡혀있었는데 은퇴식을 하려고 하니 그 마음이 온몸에 와닿더라. 너무 아쉽고 미련이 남아서 조금 더 해보자는 마음으로 재활을 병행했다. 내 몸은 나만이 아는데 이제는 예전 몸상태로 만드는 데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 은퇴를 결정했다.

- 앞으로 목표는
▲ 서른까지 스케이트를 타면서 목표만을 위해 달렸다. 이제는 여유롭게 살면서 경쟁도 하고 싶지 않다. 당분간은 여유롭게 살겠다.

- 기억에 남는 순간
▲ 세계 신기록을 세운 소치 올림픽이 기억에 남는다. 운동 선수들에게는 징크스가 있다. 올림픽 금메달을 못딴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를 이겨내고 올림픽 2연패를 했다는 게, 깔끔한 레이스, 완벽한 레이스였다는 게 기억에 남는다.

- 올림픽 3개 메달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 벤쿠버 메달은 첫 메달이다. 3위 안에만 들자는 목표로 출전했는데 예상 외로 깜짝 금메달을 땄다. 소치 메달은 세계 신기록을 세웠고 좋은 성적으로 2연패를 했다는 걸 칭찬하고 싶다. 평창에서도 그런 경험이 있기에 3연패 타이틀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고 이겨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부상이 4년 전보다 컸고 우리나라 대회라 더 긴장된 것도 있었다. 그래도 평창 은메달도 예쁘더라.

- 고다이라 나오와 대화했나
▲ 지난주 기사를 통해 은퇴 소식을 알려지자 나오가 나에게 농담 아니냐, 잘못된 뉴스 아니냐고 물었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며 수습을 했지만 이번 기자회견으로 알려지게 됐다.

- 부모님의 반응은
▲ 부모님은 계속 운동하길 바라신 것 같다. 은퇴 날짜가 잡히기 전에 일부러 말씀을 드리지 않았다. 나만큼 섭섭해하실 것이다. 오늘 아침에 잘 하고 오라는 말을 들었는데 서운함이 묻어있는 것 같았다. 이제 겨울이 되면 딸의 경기를 볼 수 없으니. 차차 달래드리겠다.

- '제2의 이상화'를 꿈꾸는 후배를 위한 계획은
▲ 은퇴를 고민한 게 올해부터다. 평창 때는 우승하겠다는 목표가 있었기에 은퇴 이후 목표가 없었다. 내가 은퇴하면서 스피드스케이팅이 비인기 종목이 되는 게 아쉽기에 후배들을 위해 지도자가 될 수도 있다. 일단은 내 생각이 정리된 후의 얘기다. 그럴 의향은 있다.

- 은퇴하면서 가장 아쉬운 점
▲ 겨울에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여름에 열심히 훈련을 한다. 소치 대회를 마친 후 캐나다에서 3년간 훈련했는데 겨울에는 성적을 내면 그만인데 여름 훈련은 힘들지만 뿌듯함도 있다. 더운 날씨가 되면 그런 게 생각나는데 아쉽다.

- 모태범에
▲ 스피드스케이팅을 떠나서 다른 종목을 하고 있는데 가끔 연락을 한다. 같이 운동할 때가 재밌었다, 다른 종목은 더 힘들더라 이런 얘기를 나눈다. 자기가 맡은 바에서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 앞으로 팬들이 기억하는 모습은
▲ 평창 올림픽 끝나고 인터뷰에서 '레전드'라고 답했다. 아직은 변함이 없다.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종목에 이런 선수가 있었고 그의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았다고 기억에 남길 바란다. 항상 노력으로 안 되는 걸 되게 만든 선수라고 기억되고 싶다.

- 고다이라 나오에게 하고 싶은 말
▲ 인연이 많다. 중학교 때부터 경쟁하면서 우정이 깊어졌다. 나오는 아직 현역이다.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너무 욕심내지 말고 하던 대로 해주면 좋겠다. 내가 나가노에 놀러가겠다고 하니 언제든지 오라고 하더라. 조만간 찾아갈 계획이다.

- 베이징 올림픽 때 무엇을 하고 있을까
▲ 선수라면 그 때도 부담감 속에 떨 것 같다. 항상 1등만 하던 이미지였나보다. 2등을 하면 죄를 짓는 기분이라 평창 때도 힘들었는데 베이징에서 1등을 못하면 힘들 것 같고 준비 과정이 더 힘들 것이다. 평창에서 2등한 경험이 있으니. 이제는 해설위원으로, 또는 코치로 둘 중 하나로 갈 것 같다.

- 고다이라 나오 외에 기억나는 경쟁자가 있다면
▲ 똑같은 상황이 2015-2016시즌에도 있었다. 그 때 중국 선수가 500m 강자로 뜨게 돼 한중전으로 맞붙었다. 그 선수와 1, 2등을 다툴 때였는데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내가 우승하는 걸로 하자며 임한 적이 있는데 마지막에는 내가 이겼다. 한중전과 고다이라와의 한일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 선수 생활하면서 고마운 분께 인사한다면
▲ 굉장히 많다. 초등학교 때부터 국가대표가 되기까지 도와준 코치 선생님들, 대표팀에서 꾸준히 지켜봐준 금메달을 이끈 분도 많다. 소치부터 평창까지 함께한 케빈이 기억에 남는다. 시간이 된다면 캐나다에 가 찾아뵙고 싶다. 한국에 계시는 코치님들도 찾아 고마움을 전달하겠다.

- 세계 신기록이 언제까지 유지되면 좋겠는지
▲ 욕심이지만 영원히 깨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록은 언젠가 깨지라고 있고 이제는 선수들 기량도 많이 올라왔다. 36초대 선수들이 많다. 그래도 1년 정도는 기록이 유지되길 바란다.

- 선수 생활 가장 힘들었던 점은
▲ 마인드컨트롤이 어려웠다. 어떻게 주변을 신경쓰지 않고 일에 매진하겠나. 많이 힘들고 부담이 컸다. 꼭 1등을 하겠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식단조절도 하고 남들이 1개할 때 2개해야 했다. 모든 걸 자제하고 혼자 마인드컨트롤하는 게 힘들었다.

- '포스트 이상화' 눈여겨볼 선수는
▲ 김민선을 추천한다. 김민선이 나이는 어리지만 정신력이 성장한 선수다. 내가 어릴 때 모습과 흡사하다. 이번 평창 때도 같이 밤을 새면서 나보다 어린 아이가 '언니 떨지말라'고 하는 게 대견스러웠다. 신체조건도 좋다. 500m 뿐만 아니라 1000m도 연습해서 500m 최강자로 거듭나는 것을 보고 싶다.

- 동시대 활약한 동료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받았다면
▲ 외국 친구들의 연락이 많았다. 한국에 있는 선수들은 축하한다고 말도 못하고 망설여질 것이다. 처음 연락은 나오와 크라머에게 받았다. 이제 공식 발표가 났으니 메시지가 많이 올 것이다.

- 평범한 일상 중 가장 해보고 싶은 것
▲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 중에서도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사람이 많다. 운동 선수는 하루에 4세트 운동을 반복하니 힘들었다. 그런 패턴을 이제는 내려놓고 싶다. 오후 3시가 되면 운동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도 있었는데 이제는 한가롭게 산책하고 싶다.

- 연예기획사 계약도 맺었다
▲ 향후 계획은 아직 없다. 어떻게 '제2의 삶'을 살지 고민할 것이다. 연예소속사라고 해도 스포츠 선수가 많다. 나도 거기에 어울려 보고 싶어서 선택했다.

- 선수 생활하면서 고비가 있었다면
▲ 평창 대회 전이 가장 힘들었다. 링크에 나가면 선수가 받는 느낌이 있다. 평창으로 넘어가기 전에 독일에서 최고 기록을 세우고 평창에 갔는데도 느낌이 다르다. 메달을 아예 못 따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있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잠을 제대로 자본 적이 없다. 1등을 해야한다는 압박에 시달려서 힘들었다. 그래도 꼽자면 평창 올림픽이 가장 힘들었다.

- 관심 있는 다른 종목
▲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을 때 떠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다른 종목 전향은 생각하지 않았다. 무릎 부상 때문에 다른 종목은 할 수도 없었다. 수술을 한 후에는 그에 맞는 스포츠를 찾지 않을까.

- 오늘 끝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 잠을 편하게 자고 싶다. 평창 올림픽 끝나고 알람을 끄고 자겠다고 했는데 그게 하루이틀 밖에 못 갔다. 사실 오늘도 은퇴식으로 마음이 착찹해서 알람을 끄지 못했다. 이제 선수 이상화는 사라졌으니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싶다.

- 최고의 선수가 되려면
▲ 주변 친구들도 그렇고 힘들다고 해서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쟤도 하는데 왜 나는 못해라는 생각으로 안 되는 것도 되도록 노력했기에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 인사
▲ 이 자리까지 오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이제는 해야했다. 링크에서 나는 사라지지만 스피드스케이팅은 살아있으니 관심 많이 가져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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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김재민 jm@ / 표명중 acep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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