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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서부가 불리해?’ 류현진vs슈어저, 잘 알려지지 않은 지표들[슬로우볼]
2019-07-13 06:00:01
 


[뉴스엔 안형준 기자]

치열한 사이영상 레이스가 진행 중이다.

LA 다저스 류현진과 워싱턴 내셔널스 맥스 슈어저의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경쟁은 2019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흥미로운 매치업 중 하나다. 완벽한 5월을 보낸 류현진이 독주 체제를 구축하는 듯했지만 슈어저는 역사적 6월을 보내며 따라잡았다. 사이영상 수상자 예측 결과도 이제는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류현진은 전반기 17경기에서 109이닝을 투구했고 10승 2패, 평균자책점 1.73, 피안타율 0.221, WHIP(이닝 당 출루허용율) 0.91, 10볼넷 99탈삼진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슈어저는 19경기에서 129.1이닝을 투구했고 9승 5패, 평균자책점 2.30, 피안타율 0.215, WHIP 0.98, 23볼넷 181탈삼진을 기록했다. 300탈삼진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이는 엄청난 탈삼진 페이스가 단연 눈에 띈다.

이제는 흔히 언급되는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FIP(수비 무관 평균자책점) 등 세이버매트릭스 지표에서는 슈어저가 앞서있다. 슈어저는 fWAR(팬그래프 제공 WAR), bWAR(베이스볼레퍼런스 제공 WAR) 모두 5.5를 기록해 메이저리그 투수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류현진은 fWAR 3.1, bWAR 3.7로 슈어저에 비해 크게 뒤쳐져있는 상황이다. 야수의 수비력이 개입할 여지가 있는 상황을 지운 평균자책점인 FIP에서는 슈어저가 2.00을 기록해 2.88의 류현진을 크게 앞서고 있다. 인플레이 상황을 배제하는 FIP는 탈삼진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여기까지는 이미 잘 알려진 지표들이다. 하지만 '기록의 스포츠'인 야구에는 수많은 기록들이 있다. 잘 알려진 승패, 평균자책점, 피안타율, WHIP, WAR, FIP 등의 지표 이외에도 다양한 지표들이 존재한다. 특히 외부요인과 투수 능력의 분리도 추구한 세이버매트릭스는 다양한 상황지표들도 만들어냈다. 류현진과 슈어저를 둘러싼 각종 지표들을 살펴보자.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류현진은 조정 평균자책점 부문에서도 역시 1위를 달리고 있다. 류현진은 레퍼런스가 제공하는 ERA+, 팬그래프가 제공하는 ERA-에서 모두 슈어저를 앞서고 있다(ERA+와 ERA-는 모두 구장효과를 감안해 ERA 값을 조정한 지표다. ERA+는 높을수록, ERA-는 낮을수록 뛰어난 것이다). 류현진은 ERA+ 241, ERA- 41을 기록 중이고 슈어저는 ERA+ 197, ERA- 51을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과 구장효과만을 놓고 판단한다면 류현진은 슈어저에 비해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대표적인 투수친화 구장인 다저스타디움을 홈으로 쓰는 류현진은 타자친화 구장인 내셔널스파크를 홈으로 사용하는 슈어저에 비해 투수에게 유리한 구장에서 경기를 했다. 하지만 '평균자책점이라는 지표에서만큼'은 확실히 뛰어났다는 의미다(다만 FIP 지표에서는 슈어저가 앞선 만큼 조정 FIP 지표에서도 슈어저가 류현진을 앞서고 있다).

그렇다면 두 투수가 등판한 구장 환경은 실제로 얼마나 달랐을까. 레퍼런스는 투수가 등판한 구장별 이닝과 파크팩터를 계산해 해당 투수가 실제로 어느 정도의 파크팩터에서 투구했는지를 나타내는 'PPFp'라는 지표를 제공한다. 파크팩터가 낮은(투수친화적인) 구장에서 많이 던질수록 수치가 낮아지고 높은(타자친화적인) 구장에서 많이 던질수록 수치가 높아진다.

류현진은 PPFp 96.3을 기록했고 슈어저는 PPFp 100.1을 기록했다. 비록 쿠어스필드 마운드에 오르기는 했지만 전반기를 종합할 때 류현진은 슈어저보다 훨씬 투수친화적인 환경에서 공을 던졌다는 의미다. 이는 다저스타디움, 펫코파크, 오라클파크 등 대표적인 투수친화적 구장들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모여있기 때문인데, 특히 다저스타디움에서 많이 등판하는 다저스 투수들의 경우 대부분 PPFp 수치가 낮다. 류현진의 PPFp 96.3은 올시즌 한 번이라도 마운드에 오른 697명의 선수 중 535위다(슈어저 337위). 해당 지표 TOP 30 중 23명이 쿠어스필드가 홈인 콜로라도 선수들이다. 올시즌 18.1이닝 중 11이닝을 쿠어스필드에서 던진 오승환(COL)의 PPFp는 123.4로 전체 7위다.

류현진과 슈어저가 실제로 상대한 타선의 수준은 어느정도였을까. 레퍼런스는 투수가 상대한 타선의 9이닝 당 득점을 계산한 'RA9opp' 지표를 제공한다. 강타선을 많이 만날수록 수치가 높고 약한 타선을 많이 만날수록 수치가 낮아진다. 이 지표는 개인 뿐 아니라 팀 단위로도 제공되며 전체적인 지구의 타격 수준도 이 지표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 해당 지표의 상위 15개 팀 중 14개가 아메리칸리그 팀인 것은 아메리칸리그 투수들이 내셔널리그에 비해 '더 득점력 높은 타선'을 상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저스가 이 지표에서 최하위를 기록 중이고 다저스(4.48)를 제외한 나머지 서부지구 4개 구단이 다저스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라는 것은 다저스 타선이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류현진의 올시즌 RA9opp는 4.52, 슈어저의 RA9opp는 4.60이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다저스 타선을 상대하지 않은 류현진이 동부지구에서 워싱턴 타선을 상대하지 않은 슈어저보다 더 득점력 낮은 타선과 맞붙었다는 의미다. 슈어저는 전체 524위, 류현진은 전체 585위를 기록했다. 두 투수 모두 낮은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레퍼런스는 'RA9def'라는 지표도 제공한다. 인플레이 상황을 모두 제거하는 FIP와는 다르게 팀 수비지표를 바탕으로 투수가 9이닝 당 몇 점의 수비지원을 받았는지를 계산하는 것이다. 이 지표에는 해당 투수의 인플레이 타구 결과, 팀의 수비지표, 팀의 인플레이 타구 결과 등 다양한 요소가 개입하며 수비력이 좋은 팀 소속 선수일수록 당연히 높은 값을 얻게 된다. 야수 수비지표가 메이저리그 전체 1위인 다저스 투수들은 이 지표에서 모두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류현진의 RA9def는 0.58. 이는 697명 중 18위이자 올시즌 10번 이상 선발등판한 모든 투수 중 2위다(1위 클레이튼 커쇼 0.59). 다저스 야수진이 수비로 류현진의 실점을 9이닝 당 0.58점씩 지웠다는 의미. 커쇼와 류현진 뿐 아니라 워커 뷸러, 리치 힐, 마에다 겐타, 로스 스트리플링 등 다저스의 거의 모든 투수들이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만큼 다저스 야수진이 뛰어난 수비로 투수들을 도왔다는 뜻이다. 반면 하위권의 수비력을 가진 워싱턴 야수진은 슈어저를 전혀 돕지 못했다. 슈어저의 RA9def는 -0.27. 워싱턴 야수진의 수비력은 9이닝 당 0.27실점을 슈어저에게 더 안겼다는 의미다.

앞서 언급된 지표들을 모두 합친 지표도 있다. 바로 'RA9avg'라는 지표다. 이 지표는 해당 투수가 등판한 총 파크팩터, 해당 투수가 상대한 타선의 득점력, 해당 투수의 뒤에 있는 야수들의 수비력을 모두 감안해 '해당 투수와 정확히 같은 조건에서 리그 평균의 투수가 던졌다면 9이닝 당 몇 실점을 기록했을까(수비력이 반영되는 만큼 자책점이 아닌 실점이 기준이 된다)'를 계산한 수치다. 수치가 낮을수록 해당 투수는 '쉬운 상황'에서 공을 던졌다는 것이고 높을수록 해당 투수는 '어려운 상황'에서 공을 던졌다는 의미다.

류현진의 RA9avg는 3.98, 슈어저의 RA9avg는 5.07이었다. 리그 평균 수준의 투수가 전반기 류현진과 같은 상황에서 공을 던졌다면 9이닝 당 3.98실점을 기록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만약 그 투수가 슈어저와 같은 상황에서 전반기를 소화했다면 9이닝 당 5.07점을 내줬을 것이기에 전반기는 류현진이 슈어저보다 쉬운 상황에서 치렀다는 의미가 된다. 해당 지표에서 슈어저는 전체 175위를, 류현진은 615위를 기록했다.

모든 지표들이 슈어저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 스탯캐스트 측정에 따르면 류현진은 올시즌 허용한 타구의 평균 속도가 시속 85.6마일에 불과하다. 이는 리그 상위 6%의 좋은 기록. 슈어저의 평균 허용 타구 속도가 시속 87.5마일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류현진이 슈어저에 비해 '잘 맞은 타구'를 덜 허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홈런이 되기 가장 좋은 속도와 각도의 '배럴' 타구 허용 비율도 류현진은 4.2%, 슈어저는 6.3%로 류현진이 더 좋다. 물론 위에서 살펴본 레퍼런스 기록대로 류현진이 상대한 타선이 슈어저에 비해 약한 것도 하나의 원인일 수 있지만 류현진의 공이 더 까다로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비록 6월 중순에 비해 그 격차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류현진이 앞서있다.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류현진은 현재 슈어저보다 1승을 더 거두고 있다. 다저스의 전력이 압도적인 것을 감안하면 다승 부문에서도 류현진이 우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반면 슈어저는 탈삼진을 비롯해 각종 세이버매트릭스 지표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두 투수 모두 흠잡을데 없이 훌륭한 시즌을 보내고 있으며 누가 승자가 돼도 이상하지 않다. 위에서 언급한 모든 지표들은 사이영상 투표에서 평균자책점, 다승, 탈삼진, WAR 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최근 추세는 세부적인 세이버매트릭스 지표에도 무게를 두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 사이영상 투표권을 행사한 팬그래프의 제프 설리번은 블레이크 스넬 대신 저스틴 벌랜더에 1위표를 던진 이유로 'xwOBA(기대 가중 출루율)'이라는 생소한 지표를 언급했다. 설리번은 가중출루율에 타구의 질이라는 요소를 추가한 이 지표를 활용한 이유에 대해 '압박 상황에서의 투구를 분석하기 위해서'라고 언급했다. 벌랜더는 지난해 xwOBA 0.241을 기록해 0.270을 기록한 스넬을 크게 앞섰다(공교롭게도 올시즌 xwOBA 지표에서 슈어저가 0.248로 0.264의 류현진을 앞서고 있다).

절반 이상의 시즌이 지났지만 아직 두 투수 모두 10번 이상의 등판을 남겨두고 있다. 류현진의 단 한 경기 결과(쿠어스필드 원정)로 인해 경쟁의 판도가 급격히 변화한 만큼 남은 후반기 동안 얼마든지 큰 변화는 일어날 수 있다. 류현진과 슈어저가 아닌 루이스 카스티요(CIN)나 잭 그레인키(ARI)와 같은 3위권 이하 투수들이 급격하게 부상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다양한 요소를 다루는 다양한 지표들은 기록의 스포츠인 야구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게 해준다. 과연 남은 시즌 두 에이스는 어떤 피칭을 펼칠지, 수많은 지표들은 두 투수이 피칭을 두고 또 어떤 숫자로 어떤 이야기를 할지 주목된다.(자료사진=왼쪽부터 류현진, 맥스


슈어저)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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