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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가 기가 막혀?’ 배부른 KLPGA 선수들 태도가 더 기가 막혀
2021-06-21 08:25:51
 


[음성(충북)=뉴스엔 김현지 기자]

메이저 대회이자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DB그룹 제35회 한국여자오픈'(총상금 12억원)에서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의 열정 없는 태도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하루에 무려 14명의 선수가 기권했다.

6월 20일 충청북도 음성군 레인보우힐스골프장(파72, 6763야드)에서 '한국여자오픈'이 막을 내렸다. '한국여자오픈'은 올해 무대를 옮겨 레인보우힐스 골프장에서 치러졌다. 레인보우골프힐스 골프장에서 KLPGA 투어 대회가 치러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수는 물론 대회를 시청한 골프 팬들에게도 낯선 레인보우힐스 골프장을 소개하자면 2008년에 개장한 골프장이다. 세계적인 골프 코스 디자이너 로버트 트렌스 존스의 큰아들이자 가업을 물려 받아 골프 코스 설계의 거장이 된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가 설계했다. 그가 걸작으로 손꼽은 데 비해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가 레인보우 힐스를 걸작으로 꼽은 이유중 하나는 자신의 첫 산악형 코스라는 점이다. 그의 골프 코스 설계 철학은 자연친화다. 즉, 자연 그대로 자연을 최대한 해치지 않으면서 코스를 설계한다. 산에 골프장을 지을 경우 자연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그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물론 자연훼손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산악 지형이 그대로 살아있다. 즉, 업다운이 심하다. 페어웨이가 좁고 페널티 구역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골프장 시공 시 페어웨이나 그린은 평탄화 작업도 이루어지지 않아 언듈레이션이 심하다. 평지 없이 코스 전체가 사정없이 구겨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수들이 이번 대회장 코스를 꺼린 이유 중 하나는 코스 레이아웃이다. 대회에서 컷탈락한 한 선수는 "말 그대로 멘붕이 왔다"고 하며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섰을 때 머리가 띵해지는 홀이 있다. 코스 자체가 좁고 자칫하면 볼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티샷할 때 압박감이 드는 코스다"라고 했다.

코스 레이아웃만으로도 어려운데 심지어 대회를 위해 페어웨이를 더 좁혔다. 선수들의 티샷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랜딩존의 페어웨이 폭은 22~27야드(20~25m)에 불과했다. 러프 길이 역시 30mm에서 최대 65mm로 길게 조성했다. 러프 구역 역시 언듈레이션이 심하기는 마찬가지. 길고 질긴 러프에 심한 언듈레이션까지 러프 구역은 미스샷을 유발하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업다운이 심한 산악지형인만큼 체력소모도 빼놓을 수 없다. 4라운드를 마친 한 선수는 "지금 18홀 경기를 끝내고 왔는데, 36홀을 치른 것 같다. 다리가 너무 무겁다"고 했다. 오르막과 내리막 경사가 심하거나 이동구간이 긴 구간은 경기 진행과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카트 탑승이 가능하게 했는데, 그 구간만 7구역이다.

선수들은 너나할 것 없이 혀를 내둘렀다. 심지어 예선을 통과하고도 3라운드에서만 15오버파를 기록한 선수도 있다. 그만큼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코스다. 일부 선수들은 "진짜 기가 막힌 코스다. 어떻게 치라는 지 모르겠다. 너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선수로서는 코스가 어렵고 힘들 수는 있지만 따지고보면 이 대회장이야말로 내셔널 타이틀 대회에 걸맞는 대회장이다. 한국형 골프장의 특징인 산악형 코스를 가장 잘 살린 코스이기 때문이다. 또한 페어웨이에는 켄터키블루그라스, 러프에는 켄터키블루그라스와 훼스큐를 심어 최상의 잔디 컨디션을 선보였다.

그린 컨디션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린에는 벤트그라스를 식재했다. 2.8mm 길이로 대회 중 하루에 2회 깎고, 1회 누르는 작업을 통해 3.4 스팀프미터의 빠르고 단단한 그린을 완성했다. 즉, 티잉 그라운드부터 그린까지 깔끔하게 세팅됐으며, 높은 난도로 변별력을 높인 코스다.

좋은 코스과 대회 조직위원회의 노력, 골프장의 피나는 잔디관리 속에 내셔널 타이틀대회에 걸맞은 수준의 무대가 완성됐지만 선수들의 태도는 아쉬웠다. 대회에 대한 열정과 성의가 느껴지지 않았다. 기권자가 쏟아져나왔기 때문이다. KLPGA 투어나 한국여자오픈을 주최, 주관한 대한골프협회(KGA)는 부상 등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상벌위원회에 회부되지 않고 기권할 수 있다. 다만 이후 진단서 등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한다.

하지만 이미 많은 골프팬들이 알고 있듯, 샷이 잘 맞지 않거나 성적이 좋지 않은 선수들이 기권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코스가 어렵거나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약속이라도 한듯 기권자들이 여럿 나온다. 오랜 시간 운동만 해 온 선수가 진단서 정도 받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1라운드에서는 선수 1명이 기권했지만, 2라운드에서 기권한 선수는 무려 14명이다. 메이저 대회, 무엇보다 내셔널 타이틀 대회다. 변별력 높은 코스에서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것은 당연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골프투어를 가진 미국에서 개최하는 남자골프 메이저대회이자 내셔널 타이틀 대회 US오픈만 봐도 그렇다. 그런데 어렵고 힘들다는 이유로 기권자가 속출한다?

다른 투어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미국에서 치러지는 남자골프 메이저 대회이자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US오픈'은 매년 선수들로부터 "악마 같다, 끔찍하다, 사악하다"라는 평을 듣는 코스만을 골라 치러진다. 그런데도 오버파가 나오지 않도록 코스 세팅에 심혈을 기울인다.

가끔은 도가 지나친 세팅도 나온다. 예를 들자면 무릎 높이까지 오는 러프다. 선수들의 손목 부상을 초래할 수도 있지만, 난도를 높이기 위해 강행해 선수들의 반발을 사기도 한다. 코스 세팅에 대한 선수들의 항의는 빗발치지만 막상 'US오픈'이 시작되면 그 누구도 경기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오버파가 쏟아져나와도 그대로 경기를 이어간다. 말 그대로 자신과 싸움이며, 대회와 골프팬에 대한 예의, 출전에 대한 자부심 등 때문이다. 이는 'US여자오픈'에서도 마찬가지다. 경기를 쉽게 포기하는 선수는 없다.

아무리 어려워도 우승자는 나오고 잘 치는 선수는 잘 치기 때문이다. 이번 '한국여자오픈'에서도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8명에 불과하지만 올 시즌 대세 박민지는 무려 17언더파를 작성하며 9번째 출전 대회에서 2주 연속 우승이자 시즌 5승째를 쓸어 담았다. 통산 3승 중 2승을 어려운 메이저 코스에서 쓸어담은 박현경도 최종합계 15언더파로 2주 연속 준우승했다.

이번 대회가 비단 한 라운드에 14명이 기권했다는 것만으로 비난 받는 것은 아니다. 처음이 아니라는 이유도 있다. 지난 2015년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장에서 치러진 '한국여자오픈'에서도 그랬다. 2라운드에서도 여러 선수들이 기권했다. 당시 우승자 박성현이 1오버파, 준우승자 이정민이 3오버파였으니 코스 난도가 높았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물론 이 중에는 정말 아파서 경기를 진행할 수 없는 선수가 있었을 수 있다. 하지만 양치기 소년과 같이 똑같은 패턴으로 거짓 행위가 반복된다면 정말 아픈 선수가 나오더라도 '열정 부족'이라는 데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일반 대회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났어도 문제였겠지만 '한국여자오픈'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곱씹어 볼 일이다. 역사와 권위, 전통을 자랑하는 메이저 대회이자 내셔널 타이틀 대회. 선수라면 출전만으로도 자부심을 가져야하는 대회다.

15년 전인 2006년만해도 국가대항전을 제외하면 16개 대회 밖에 치러지지 않았던 KLPGA.대회 수는 32개로 2배 증가했고, 총상금은 287억 규모로 무려 4.6배 늘었다. 그러나 되려 선수들의 열정은 식고 있는 모양새다. 코스 난도가 높고, 체력소모가 많은 골프장에서 대회가 치러지자 선수들이 무더기로 기권하는 현상이 종종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최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수들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도 미국 내에서는 KLPGA 투어가 국내 골프팬들에게 사랑받는 것만큼 사랑받지 못한다. KLPGA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날로 인기가 늘고 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은 2주 전 SBS 골프가 중계한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 최종라운드 당시 TV 중계 평균 시청률이 1.025%였다고 발표했다. 순간 시청률은 2.067%까지 치솟았다. 지상파에도 시청률 0%대 드라마가 넘쳐나는 것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인기다.(사진=한국여자오픈에서 경기를 진행중인 선수들/뉴스엔DB
*사진 속 선수들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스엔 김현지 928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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